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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부부 출산&육아기

입원일기 1 - 임신 26주, 잦은 배뭉침 통증으로 긴급 입원(feat. ㅎㅊ 산부인과 1인실 솔직 후기, 라보파 부작용)

by 멍군이네♥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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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이네 진짜 리뷰 - 입원 일기 1


26주에 찾아온 배뭉침=가진통=통증=자궁 수축


속상한 일이 있어서 신랑을 부여잡고 펑펑 운 다음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상하게도 생리통같은 통증이 아랫배에 싹 느껴졌다.
이 날은 재택하기 싫어서(?) 회사 사무실로 출근을 했는데 회사에서도 배가 많이 아파 허리를 못 펴고 다녔다.
저녁에 신랑이 퇴근길에 픽업하러 왔을 때도 ‘나 배가 너무 아프니까 산책은 나중에 하자’면서 바로 집으로 감.

원래는 통증이 있을 때 옆으로 돌아누우면 통증이 사그라든다. 여러 번 그랬었다.
그런데 이 날은 왼 쪽으로 돌아눕든, 오른 쪽으로 돌아눕든 배가 아파 도무지 잘 수가 없었다.
임신 중후기가 되면 자궁이 커져서 배가 아프다더니, 그래서 이렇게 진통이 오는건가?

마침 신랑이 다음날 연차를 썼다길래, 둘이 해 뜨는대로 바로 동네 병원에 가보자고 약속했고, 겨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역시나 배가 아프다. 진통이 너무 심해서 이거 뭐 참을 수가 없더라.

오전에 줌미팅이 몇 개 잡혀 업무를 후딱 해치웠더니 어느덧 점심시간.
나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내원하고 있는 ㅎㅊ 산부인과로 향했다.


내 담당 원장쌤은 초음파로 봤을 때 아기가 잘 논다고, 경부길이도 괜찮아서 큰 문제 없어보인다면서,
“제가 볼 땐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 산모가 허리랑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시니까 일단 태동검사 한번 해보죠 뭐” 라고 했다.

여기서부터 난 기분이 좀 묘했다.
환자인 내가 아프다는데, 아파서 허리를 못 펴겠는데, 자기가 볼 땐 괜찮다고..? 그럼 내가 엄살을 부린다는 얘긴가?

태동검사를 위해 베드에 누웠다. 이 검사는 아기의 맥박과 내 배뭉침(=가진통=자궁수축) 빈도를 같이 측정하는 검사다.
진통이 오면 버튼을 누르하며 무슨 버튼을 손에 쥐어주길래, 아플 때마다 열심히 소리지르면서 버튼을 누름. 얼마나 아프던지 손에 땀이 엄청 났다.

그런데 밖에서 내 검사결과를 모니터링하던 의사가 급히 와서 소리쳤다.
“산모님 입원하셔야돼요. 3분만에 엄청 큰 수축이 주기적으로 와요. 이거 잡아야겠네요.”

입원요? 그럼 짐 싸들고 올게요!
내가 놀라서 말하니, 의사는
“산모님은 여기 그대로 계셔요. 남편분이 움직이셔야돼요” 라면서 나를 꼼짝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 병원에선 이렇게 자궁 수축이 계속되는 경우 유토파(=라보파)라는 자궁억제제만 쓸 수 있는데, 이 약물이 부작용이 있어요. 폐에 물이 찰 수도 있고 심장도 두근거릴 수 있고요. 만약 이 약이 부작용이 심하면 다른 약을 처방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 해요. 일단 유토파부터 써봅시다“
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간호사가 팔에다 굵은 링거 바늘을 꼽고 자궁수축 억제제인 유토파를 투입했다. 불쌍한 내 몸.

라보파로도 잡히지 않은 배통증
(feat. 약물 부작용)


라보파를 꼽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아까보다는 진통이 줄었다.
의사는 태동검사를 계속 해보더니, "어느정도 진통이 잡힌 것 같으니 병실로 올라갑시다"라며 나를 병실로 올려보냈다.
그제서야 나는 신랑이 신청한 1인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팠다!
아까보단 진통이 적어도 여전히 아팠다! 소름끼칠 정도로!

간호사들한테 아무리 말해도 괜찮아질거라고만 하던데, 안 괜찮다고! 아프다고! -_-
아니 여기 병원인데 왜 내 말을 아무도 안들어주지..?

ㅎㅊ 산부인과 1인실. 병실 안에 텔레비전, 침대, 화장실이 있다. 모든 공간을 우리만 쓰는 건 편하지만, 병원은 병원인지라 답답하고 불편하다.
참고로 1인실이라도 보호자를 위한 침대나 쇼파는 없다. 그래서 신랑은 바닥에 요를 깔고 잤다. 불쌍한 신랑.

참고로, 1인실 1박 이용 및 온갖 처치료를 포함해 우리가 지불한 금액은 30만원 정도다. 가격은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병원 입원에 대한 솔직 후기 & 황당 에피소드


그 이후로도 여기 머무는 1빅2일의 짧은 기간동안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1. 병원밥 사건


나는 입덧 때문에 아직도 밥 냄새를 못 맡는다. 한식도 잘 못 먹는다. 밥만 먹으면 토할 것 같다.
그래서 병원밥 대신 집에서 가져오는 빵, 떡 등 주식을 먹으려고, 간호사에게 병원밥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밥이 끼니 당 만원은 될텐데, 못먹는 음식을 받아놓으면 내 돈도 아깝고 음식물쓰레기 나오는 것도 별로니까.

근데 간호사가 안 된단다. 입원한 이상 병원밥은 꼭 먹어야 한단다. 원장의 지시란다.
내가 이유를 물었더니 의사까지 방에 찾아와서는..

“26주나 됐는데 아직도 입덧을 하세요? 원칙적으로 입원하셨으면 병원밥을 드셔야 해서 취소는 안돼요. 영양 생각해서라도 병원밥 드셔야죠. 그게 아니고 원하는대로 드실거면 그냥 내일 퇴원해서 집에서 드셔요“
란다. 읭?

아까 배달음식이나 외부음식은 1층에서 받아오면 된다고 안내 받았는데? 여기 입원한 사람들 모두 자유롭게 배달음식 시켜먹는다던데? 그리고, 입덧 때문에 먹히는 것만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병원밥만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사가 강요하는 건 굉장히 이상하다. 그리고 뭔가 강매같다.
물론 식사 시간이 임박해서 취소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인정.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충분히 취소 가능한 시간인데, 음식을 안먹더라도 무조건 사야 한다(=돈을 내야 한다)는 건 어이가 없다..
뒤이어 찾아간 강남 세브란스는 고위험산모실도 아무말 없이 잘만 병원밥 취소해주던데 말이지.

이거 이슈될 수 있는지 소비자보호원에 문의해봐야겠다.

그리고 ”병원밥 먹기 싫으면 집에 가서 먹고 싶은거 다 먹으면서 쉬어라“라니.. 이게 의사가 아픈 환자에게 할 말인가.
우리 가족 중에도 의료진이 있어 멘트 하나하나 더 신경써 듣게 되는데, 이 멘트는 참..
의사로서 성의와 책임감이 없는 멘트라고 본다. 아픈 환자한테 저런 말 해도 되나.. 싶었다. ㅉㅉ


#2. 호흡곤란 사건


배가 커져서 그런가, 내가 요즘 숨이 많이 차다.
얼마 전에는 실내 공간에서 두 시간동안 공연을 보다가 산소가 부족한 듯 느껴져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원장에게 참고차 이 증상을 말했더니, 원장은 “그건 공황장애니까 정신과에 가셔야죠” 란다. ㅋㅋㅋㅋ 그럼 호흡곤란을 시도하는 모든 임산부는 정신과로 고고해야 하나?

라보파를 맞고 밤에 잠을 못잘 만큼 숨이 안쉬어져서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간호사 반응도 당황스럽다.
“숨이 안쉬어지면 정말 큰 일이죠. 보통 일 아니죠. 여기 말고 큰 병원에 있으셨어야죠. 아마 밤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걸거예요.” 이러고 방을 나갔다 ㅋㅋㅋ 라니. 하.. 총체적 난국..

참고로 뒤이어 전원한 연세 세브란스에선 내가 숨이 안쉬어진다고 말을 하자마자 여러 의료진이 찾아와서 폐 엑스레이를 찍고, 폐에 물이 가득 찼다며 약을 바꾸고, 한 시간 단위로 와서 다른 이상은 없는지 체크했다. 덕분에 가슴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었다.

환자 말을 곡해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아 개선해주신 세브란스 의료진이 아니었다면..
난 폐에 물이 찬 채로 숨도 못 쉬고 공황장애를 고치러 정신과에 찾아갔으려나. ^^ 에효.


#3. 라보파 부작용, 그 대처


라보파를 맞고 1인실에서 잠든 밤,
새벽에 일어나보니 내 온 몸에서 엄청 빠른 맥박이 느껴졌다.

귀와 온 몸에서 아주 큰 북이 사정없이 쿵쿵 빠르게 울려퍼지는 느낌. 게다가 배랑 머리가 정말 너무 아파서 살 수가 없다.

호출벨을 눌렀더니 간호사가 나를 태동검사실에 밀어넣고 검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뭐 검사만 40분을 하고 아무 처치나 얘기가 없는거다.. 나는 배랑 머리가 아파 디질 것 같고..

-_-

나는 간호사를 불러서, 죽을 것 같이 배가 아프고 두통이 심하니까 타이레놀이나 진통제 좀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려오신 지 얼마 안되셨잖아요”
“쌤 오고 계세요 기다리세요”
하면서 그녀는 또 방을 나가버렸고..

한참 뒤 만난 의사는 “두통이야 언제든 있을 수 있죠” 라면서 타이레놀 하나를 처방해줬다. 끝.

잠 다 깨고 진통, 두통이 하나도 낫지 않아 그냥 꼴딱 밤 샜네.
거기다 아무도 내 아픈거에 관심이 없으니 방치된 느낌. 이럴거면 그냥 집에서 잤겠다.


#4. 강남세브란스 전원 시 미스커뮤니케이션


다음날 아침, 원장쌤이 왔다.
라보파는 몸에 안 맞고 내가 너무 아파하는 듯 하니 더 큰 병원으로 전원시켜주겠다고 했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외래와 응급실 중, 외래 진료를 예약해주겠다며, 응급실로 가는 게 아니라면 구급차를 타고 갈 수 없으니 개별로 운전해 강남세브란스까지 움직이란다.

그래서 우린 졸지에 다시 짐을 싸고 직접 운전을 해서 강남 세브란스로 갔다. 그런데..

세브란스 외래실로 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간호사가 깜짝 놀라더라.
"아니, 왜 외래로 오셨어요? 진통이 있으시면 응급실로 가셔야죠. 저희는 ㅎㅊ에서 환자분이 진통이 없다고 하시길래 외래로 접수해드린 거예요. 진통이 있으시다면 외래 말고 응급실에 가세요. 그래야 대처도 빠르고 입원도 쉬워요" 란다. 읭? 당황쓰..

나는 분명히, ㅎㅊ 의료진에게 배가 아프다고 백번 천번 말했다!
급기야 자다가도 배가 아파서 간호사를 불렀고, 그래도 아파서 타이레놀을 구걸했다!

근데 대체 왜 ㅎㅊ은 강남 세브란스 의료진에게 내가 진통이 없다고 말한거지? 왜 응급실 말고 외래로 예약한거지?
만약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서, 내가 진통이 있으니까 응급실로 보내줬다면, 나는 직접 운전할 필요 없이 구급차로 이동하면 됐잖아? 그리고 응급실 대기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잖아?

정말.. 여러모로.. 여~러모로 뜨악한 하루였다.


강남세브란스 응급실 방문, 고위험산모실 입원


ㅎㅊ에서 맞은 약인 라보파는 약을 끊을 경우 반동수축이 심하다고 한다. 그 부작용과 반동수축이 심한 수준이어서 미국, 유럽 등에선 이 약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라보파를 끊고 강남세브란스 외래->응급실로 이동한 날, 나도 반동수축이 아주 씨게 왔다. 애가 바로 나올 것 같다고 느낄 수준이었다.

그런데 응급실엔 사람이 아픈 사람이 넘쳐 흘렀고 침대도 부족해서, 나는 아픈 상태 그대로 대기 의자에 앉아 신음해야 했다.
오래 기다리는 동안 진통이 더 심해져서 이날 정말 죽음을 맛봤다. ^^

나중에 강남세브란스 주치의 쌤한테 들었는데, 이 때 응급실에서 마주한 나는 당장 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자궁수축=배뭉침=진통을 겪고 있었단다. 너무 안쓰러웠단다.


같은 상황인데도 어떤 병원에선 아프단 말조차 묵인하고, 어떤 병원에선 진통을 잡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적극적으로 다 쓴다. 이래서 대형병원에 가야하나보다. 시스템과 수준높은 의료진을 갖춘 큰 병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었다.

임신 후기에 배가 아픈 분들이 꽤 많은데, "자궁이 커져서 그렇다, 지나고 보면 괜찮아질거다"라는 인터넷 글만 믿지 마시고 1시간에 5번 이상 배뭉침/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에 방문하시길 바란다. 안그러면 바로 조산할 가능성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경험한 눈물의 입원기는 곧이어 포스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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