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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부부 세계 여행/2022 가을, 유럽

(2022.10 가족여행 w/임산부) 뮌헨-베네치아 구간 / OBB 야간열차 1등석 <슬리퍼 디럭스룸> 상세 후기! 객실 내 침대+샤워실 다 갖춘 곳 :)

by 멍군이네♥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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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이네 진짜 리뷰 - 뮌헨-베네치아 구간 OBB 야간열차 1등석 <슬리퍼 디럭스룸> 


왜 야간열차 1등석 <슬리퍼 디럭스룸>을 선택했나?

 

우리 가족의 유럽여행은 100% 자유여행이다. 이동 루트도, 이동 방법도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완벽한 자유여행.

그러다보니 나와 신랑은 애초에 여행을 디자인할 때부터 부모님의 여행 로망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했는데, 부모님이 여행 중 꼭 한 번 경험하고 싶다고 하셨던 부분이 바로 "야간열차 타기"였다.

 

나는 대학생 시절 유럽 여행 중 야간열차를 타본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초절약 모드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돈을 아끼기 위해 침대도 없는 의자에 앉아 10시간동안 이동했었다. 가격이야 엄청나게 저렴했지만.. 무릎 뽀개지는 줄 알았음. 지금 생각하면 젊은 나이이기에 가능한 경험이었다;

 

부모님의 로망을 실현시켜드리기 위해 야간열차를 탄다면, 이번에는 돈을 더 들여서라도 최대한 편하게 이동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뮌헨-베네치아 구간의 야간열차 1등석 슬리퍼디럭스룸이다.


1등석 슬리퍼디럭스룸이란?

 

야간열차의 좌석은 종류가 다양하다. 

 

  • 의자 칸 :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이동. 한 공간에 최대 4~6명까지 함께 탐
  • 침대 칸(=쿠셋) : 2층 침대에 누워 이동. 한 공간에 최대 4~6명까지 함께 탐
    *공간 내 화장실/샤워실 없음. 공용 화장실/샤워실 이용 필요
  • 슬리퍼 디럭스룸 : 2층 침대에 누워 있음. 한 공간에 2명이 함께 탐
    *공간 내 화장실/샤워실 있음

 

우리 가족은 다른 여행객들과 섞여 공간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임산부라 화장실/샤워실도 자주 가야 하기에 공간 내에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샤워실이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슬리퍼디럭스룸을 예약했다.


슬리퍼디럭스룸 예약 후기&슬픈 에피소드

 

슬리퍼디럭스룸 예약은 매우 치열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요 자리를 예약하려고 광클릭을 함.

 

우리는 OBB 사이트에서 원하는 날짜에 슬리퍼디럭스룸 예약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열리자마자 바로 4명이 이용할 룸 2개를 빠르게 예약했다. 금액은 룸당 35만원, 총 7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이날 카드를 긁어놓고 "드디어 예약했다!" 며 수강신청에 성공한마냥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몰랐지. 우리가 엄청 비싸게 예약했다는 걸... -_-;

 

슬리퍼디럭스룸을 구매한 후 우리는 유레일패스 1등석을 구매했다.

그런데 웬걸, 자세히 알아보니 유레일패스 1등석 구매자는 슬리퍼디럭스룸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더라. 룸당 15만원 정도로! 

 

정리하면, 우리는

- 슬리퍼디럭스룸 예약  > 유레일패스 1등석 구매

순서여서 디럭스룸 2개에 70만원을 냈는데, 

- 유레일패스 1등석 구매 > 슬리퍼디럭스룸 예약

순서로 한다면 디럭스룸 2개에 30만원인 것이다.

무려..4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니..

 

우리는 바로 OBB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유럽의 후진적 시스템이 또 발목을 잡는다.

 

나: 우리 유레일 1등석 구매했거든요. 그러니까 비싸게 예약한 슬리퍼디럭스룸을 취소하고, 유레일패스 1등석 할인가를 적용해서 재결제 해주세요.
OBB: 시스템상 취소 후 재결제가 바로 이뤄지지 않아요. 취소 후 3일 정도 지나야 재결제가 가능해요.

나: 그럼 취소해주시고 우리가 예약한 좌석을 홀드해두었다가 3일 후에 재결제해주세요.
OBB: 시스템상 좌석 홀드는 불가능해요. 슬리퍼디럭스룸은 예약이 힘들기 때문에 일단 취소하면 재결제 전에 누군가가 좌석을 낚아채 가져갈 위험이 있어요.
나: 아..예..음..네..

 

결국 우리는 유레일패스 1등석 소지자임에도 할인없이 70만원의 정가에 슬리퍼디럭스룸을 예매한 꼴이 됐다. 

하지만 돈 몇 푼(?) 아끼려고 침대칸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버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고비용의 슬리퍼디럭스룸을 이용하기로 했다. 뭐 어찌됐건 가족들이 편하게 잘 이동하면 됐지! 하하하하! 하하하하...


슬리퍼디럭스룸 이용 후기

 

뮌헨역에 도착해 야간열차를 기다렸다.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예약한 룸번호를 찾아 이동!

기차는 마치 설국열차와 같은 분위기다. 슬리퍼디럭스룸이 있는 머리칸은 한산하고 조용한데, 일반 의자석이 있는 꼬리칸은 엄청 냄새나고 사람도 북적인다. 언뜻 난민처럼 보이는 동유럽 사람들도 꼬리칸 쪽에 꽤 많이 보인다.

 

문득 예전에 야간열차 의자석에 탔다가 도둑이 들어와서 싸웠던 기억이 났다. 그 때 진짜 무서웠는데.. 

다행히 슬리퍼디럭스룸은 안쪽에 잠금장치가 있어 도둑이 들어올 염려가 없다. 사실 요 보안,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디럭스룸을 예약한 것도 있다.

슬리퍼디럭스룸 공간은 매우 좁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2층침대가 보이는데, 작은 사다리를 이용해 2층에 올라갈 수 있다. 나는 임산부라 몸을 조심, 또 조심해야 하니까 신랑이 2층을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

침대는 1인용으로 매우 좁은 편이고 2층은 살짝 덜컹덜컹거려 낙상의 위험이 있다. 몸을 묶을 수 있는 고정장치가 있어서 이를 적당히 활용해 안전을 지켜야 한다. 

침대 위에는 OBB에서 제공하는 패키지가 놓여있다. 물 한 병, 견과류, 작은 수건, 슬리퍼, 안대. 

참고로 이어플러그는 없으니 소음에 민감한 분이라면 한국에서 지참해오시는 게 좋겠다. 우리도 한국에서 이어플러그를 여러개 챙겨와서 아주 요긴하게 썼다.

침대 옆에는 콘센트와 조명 조절 버튼, 호출 버튼이 있다. 누워서 손만 뻗으면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이용하기 편한 편.

침대 맞은편엔 작은 화장실/샤워실이 있는데, 아주아주 좁고 작지만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이 작은 샤워실을 확보하려고 우리가 돈을 얼마나 더 냈는데!

변기, 세면대, 수건, 어매너티, 샤워커튼. 

샤워공간 아래쪽엔 물이 빠지는 공간이 있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물이 잘 빠진다. 

예상한대로 샤워 물줄기는 약하다. 그리고 물이 일정한 시간동안만 나오고 스탑되기 때문에 샤워기나 세면대를 이용할 때 물이 나오도록 하는 버튼을 계속 눌러줘야 한다. 그래도 내 공간에서 샤워할 수 있는 게 어딘가! 너무나도 편하고 좋다.

 

유럽에 가기 전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기차에서 샤워는 타자마자 빠르게 하는 게 좋단다. 물탱크 저장용량이 크지 않아서 다음날 오전에 샤워하면 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우리 가족은 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씻었다. 

그 후기가 진짜일지는 모르지만 일리는 있어보이니, 샤워실 이용할 분들은 탑승 직후에 바로 씻는 것을 추천한다.

슬리퍼디럭스룸은 승객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기차에 탑승하고 나서 먹고 싶은 메뉴들을 체크해 승무원에게 전달하면 다음날 오전 새벽에 승무원이 메뉴에 맞게 음식을 전달해주신다. 따뜻한 오믈렛 따위는 없으나 커피랑 요거트, 빵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만족!

 

식사 메뉴를 고르고,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소등했다. 눈에 안대를 두르고, 귀에 이어플러그를 꼽고, 창문 쪽에는 커튼 블라인드를 치고 취침 :)

야간열차의 기차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자면서 몇 번 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잤다. 부모님도 꿀잠을 주무셨단다.

다음날 아침 승무원이 전달해 준 우리의 아침식사. 식사 덕분에 잠에서 깨서 블라인드를 여니 어느덧 밖엔 해가 떠있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경치를 구경하며 우리는 아주 든든하게 식사했다. :) 그리고 한 시간 정도 후 드디어 목적지인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유럽여행의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야간열차 탑승기는 굉장히 또렷하게 머릿 속에 남아있다. 편하게 자고 먹으면서 기차여행을 한 그 날의 새로운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매우 비싼 가격으로 예약하긴 했지만 ㅋㅋㅋㅋ 그래도 경험의 가치를 생각하면 돈은 아깝지 않다. 

앞으로도 유럽여행을 할 때는 꼭 야간열차 슬리퍼디럭스룸을 이용해야겠다.

 

베네치아 여행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진다!


*보다 편안한 열차 내 숙면을 위해, 이어플러그와 개인 담요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

*열차 내 공간은 생각보다 좁아 짐을 다 펼치기 어려우니, 탑승 전 취침에 필요한 용품을 별도 가방에 담아두는 것을 추천!

*샤워는 탑승 직후에 빠르게 하는 것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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